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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포커스] 생명연구의 최전선

2019-10-30 00:05:00

[퓨처이코노미 이상미 기자]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생명의 특징에 대해 논의해왔다.
생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다음 세대로 생명을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생명이 끝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최근 들어 생명의 세포 단위의 토대,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DNA 서열의 역할 그리고 의식에 대한 생물학적인 토대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게놈을 조작하는 방법도 이전보다 훨씬 발전했다.

윌리엄 F. 루미스 교수는 유산, 안락사, 배아줄기세포(일명 ES 세포) 확립 기술에 관한 정치적인 논쟁이 이미 생물학적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이런 정치적인 논쟁은 인간 진화의 사회적인 문제와 인구 증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전자 치료법의 과학적 문제들

특정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붙여 박테리아를 증식시키면 엄청난 양의 유전자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의 유전적 결함이 수없이 많이 발견되면서 나쁜 유전자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건강한 유전자를 심어넣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과학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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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매년 아데노신 데아미나아제(ADA)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기능성 유전자가 없이 태어나는 아기들은 면역결핍을 겪는다. 해결방법은 복제 ADA 효소의 투입이다. 방법은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업혀서 들어가는 것이 있고, 지방산을 섞어 세포보다 수천배 작은 방울들을 만들어 이것을 주사기에 넣어 투입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이 수백만 개의 유전자 복사본 중에 몇 개는 파괴되지 않고 핵으로 들어가 안정적으로 염색체와 결합하고 효소를 만들어낸다.

윌리엄 F. 루미스 교수는 유전자 치료법의 문제에 대해 먼저 짚는다.
첫째, 유전자가 염색체 안 어느 곳에서 결합할지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유전자가 염색체 안에 이미 자리잡고 있던 다른 유전자 한복판에 자리를 틀면 그 유전자를 교란시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인간의 DNA 중 단백질 생성을 위한 암호를 지정하는 것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이것만 피하면 별 문제는 없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ADA를 등에 업혀 몸에 침투시킨 몇 가지 바이러스 벡터가 임무를 완수하고 죽지 않고,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결합하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세포는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위협이 발생한다.

유전자 요법을 이용해 프로 농구 선수로 뛸 수 있을 정도까지 키를 키우거나, 정신지체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 수줍음을 덜 타게 만드는 유전자 요법을 시술할 날이 올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치료를 받은 사람의 변형된 유전자가 후대로 유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남성은 계속 정자를 생산하기 때문에 변형된 유전자가 정자를 만드는 줄기 세포주와 결합하면, 우리는 ‘거인족’의 시대를 맞을 지도 모른다.

생명복제 어떻게 볼 것인가

생명복제의 길은 멀다.
복제양 돌리는 양의 평균수명은 12세의 절반가량밖에 살지 못했고, 고양이나 쥐 등의 복제에서 완벽한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입증됐다. 죽은 애완동물을 부활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인 지네틱 세이빙스 앤 클론에서는 CC(Copy Cat)라고 불리는 복제 고양이를 탄생시켰지만, 털 색깔이 원본과 달라 클라이언트로부터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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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언제, 어디에선가 복제 양과 복제 고양이가 아니라 복제 인간이 태어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불임인 성인의 복제는 허가해 누구나 부모가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과학자들과 여기저기서 실험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윌리엄 교수는 완전한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란성 쌍둥이 사례 등을 통해 보여준다. 유전자를 제공한 부모의 열성인자를 물려받은 자식의 비극적 삶의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유전병의 종류와 낙태

현재 미국 뉴욕 주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50가지 유전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유전병에는 어떤 게 있을까. ‘카나반 병Canavan disease’은 ‘아스파르토아실라제’라는 효소가 결핍되어 뇌가 스펀지처럼 퇴화하는 병이다. 이 유전적 결함을 가진 아이는 태어난 뒤 몇 달 동안 문제가 없다가 점점 머리를 가누지 못하고, 운동 기능이 저하되고, 눈이 멀고, 결국 죽게 된다.

낭포성 섬유증은 유대인 사회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염화이온이 폐와 췌장세포로 들어가는 것을 조절하는 수송 단백질을 만드는 ‘CFT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다.

알비노증은 미국인 1만8천여 명이 앓고 있는 병인데,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부족해 온몸과 털이 하얗고 망막 발생에도 영향을 미쳐 눈이 먼다.
윌리엄 교수는 "현재의 과학기술이 이러한 태아가 유전병들을 앓고 있는지 태어나기 전에 알 수 있을 만큼 분자생물학 기술이 발전했다"며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는 유전자를 지닌 불운한 아기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이미 늦었고, 그들의 미래를 바꿀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한 낙태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게놈 합성은 어떤 위험이 있는가

합성 게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002년 뉴욕 스토니브룩에서 에카드 위머(Eckard Wimmer)가 이끄는 연구팀이 소아마비 병원체 게놈의 염기쌍 7411개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고 그것이 전염성이 있는 것임을 밝혔다. 연구팀은 유전자 망(網)에서 염기서열의 한 부분을 떼어내 염기쌍 70개로 이루어진 조각을 만들었다. 그중 110개 염기를 적절한 순서로 배열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윌리엄 교수는 “소아마비가 박멸되려는 시점에서 테러리스트나 생명공학 해커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만들려고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다”며 “세계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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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더욱 치명적인 바이러스도 곧 만들어질 것 같다.
약 1만9천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천연두와 에볼라 바이러스가 현재의 기술로도 합성이 가능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사람은 체약이 상피막을 통해 빠져나와 며칠 내로 사망한다. 이런 병원체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만들어져 공중에 뿌려지면 미국 드라마 ‘24시’의 한 장면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세계는 1972년 정기적인 천연두 예방접종을 종료하고 병원체를 삼엄한 경비 속에 실험실에 보관하고 있다. 윌리엄 교수는 “비밀리에 실험실에서 합성시켜 유출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조지 처치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2004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열린 ‘합성 생물학 학회’에서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생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를 조작하는 것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위험한 모험이 될 수도 있다.

게놈 합성의 연구는 막을 수 없다.
위험은 충분히 인지하되 순수 연구목적의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는 대장균의 신진대사 경로를 바꿔 '고도로 조작된 생명 형태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장균 같은 간단한 박테리아는 그것이 먹는 양분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파리와 연어 0점, 양치기 개 5점, 침팬지 10점, 인간 50점

윌리엄 교수는 의식에 대한 과학적 논의, 최소한의 양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으로 많은 혼란을 줄일 수 있으며, 심지어 안락사 문제 같은 민감한 이슈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교수는 "복잡한 문제를 맞닥뜨리면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특기"라며 의식에 대한 ‘양적(量的)’ 논의를 위해 ‘센티-크릭’이라는 의식 측정계를 만들었다.

이것은 엄청 간단한 빈 노트 같은 것인데 왼쪽 끝은 ‘0’이고 오른쪽 끝은 ‘100’인 좌표가 전부이다. 이로써 “최소한의 무대는 마련되었다”며 좋아한 윌리엄 교수는 학계에 보고된 여러 실험결과를 인용해가며 각종 생명체에게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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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먼저 왱왱대는 파리가 포착됐다. 윌리엄 교수는 파리와 여타 벌레에게는 단 1점도 주지 않는다. 파리는 자신이 양껏 먹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고, 충격을 받았던 장소로 돌아가면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주의력은 딱 파리만큼만” 느낀다. 윌리엄 교수는 “또렷하게 깨어 있는 파리라도 센티-크릭 측정계에서 10분의 1점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사하라 사막에 사는 개미,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연어, 이동하는 철새 등도 공간 정보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신경망이 고도로 진화되었지만, 의식이 있다고 인정받지는 못한다. 저자는 이들이 “지능”은 있지만, “융통성이 없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기 때문에 센티-크릭의 세계에 초대하는 걸 단호히 거부한다.

양치기 개 보더 콜리(border collie)는 어떨까? 5점이다. 양떼를 주의깊게 관찰하다가 이탈하는 양을 겁줘서 무리로 합류시키고, 주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속임수쓰기도 마다하지 않는 뛰어난 지능의 소유자이지만 센티-크릭에서는 5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다양한 감정 표현에 능숙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학습능력의 보유자인데다가 구강구조의 한계를 넘어 수화로 의사표현까지 하는 침팬지는? 저자는 큰 마음을 먹었다는 듯 “10점”을 준다. 여기가 인간 이외의 동물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수다.

윌리엄 교수는 센티-크릭에서 인간은 50점 이상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단 예외는 있다. 뇌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윌리엄은 데이비드라는 환자를 소개한다. 그는 저명한 신경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환자 중 하나이다. 46세인 그는 어떤 것도 단 1분 이상은 기억하지 못한다. 뇌의 양쪽 반구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장기를 둘 수도 있고, 이기면 즐거워했지만, 게임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는 철저히 현재를 사는 사람이다. 윌리엄은 데이비드에게 ‘25점’을 부여했다.

특정 단백질의 ‘결여’가 뇌를 커지게 만들었다

0점과 50점의 차이는 무엇일까.
침팬지의 게놈과 인간의 게놈은 99%가 일치한다. 하지만 1%의 차이 때문에 3만 가지의 변화가 생겼다.
그 1%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 원래 인간은 1%가 다른가, 아니면 특별한 진화의 결과인가?

윌리엄 교수는 이에 대한 해답은 제시한다.
2003년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아짓 바키 교수와 연구팀은 인간에게만 특별히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당 화합물을 세포 표면의 단백질에 첨가할 때 필요한데, 약 200만년 전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온 후 오직 인간 계통에만 이 유전자가 싹 사라져버렸다. 결실(缺失)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침팬지·고릴라 등은 모두 이 효소를 가지고 있어 특정 당을 첨가해 세포 표면 단백질을 수정하는데 인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주목할 점은 이 유전자가 사라진 이후 인간의 뇌가 커지기 시작했다.
윌리엄 교수는 “단백질의 변형은 성장과 발생을 조절하는 구실을 하므로 이 단백질의 감소가 인간의 뇌 진화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뇌의 크기와 관련 시카고대학에서는 의미있는 실험이 있었다. 생쥐, 침팬지 등의 뇌와 인간의 뇌를 비교해본 후 윌리엄 교수는 “뇌의 크기를 조절하는 유전자 중 하나인 마이크로세팔린(microcephalin)은 오직 인간에서만 변이체가 나타났다”며 "이 돌연변이가 나타난 시기는 3만7000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후 약 6000년 전에 뇌의 크기를 조절하는 또 다른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고 이것이 지금 현대 인간의 뇌를 만들었다.

안락사는 왜 허용되어야 하는가?

윌리엄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이렇게 진화했고, 다른 동물과는 다른 ‘의식’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안락사에 대해 윌리엄 교수는 “의식이 없고,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도 없는 인간이 비싼 대가와 비용을 치러가며 기계에 의존해 간산히 호흡만 유지하는 상태를 지속시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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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윌리엄 교수는 과거 독일에서 우생학적인 차원에서 열등인종 예방으로 정신질환자의 안락사를 강제한 사례를 제외한, 환자 자신·가족·대리인·담당의사가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안락사 결정은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의 호흡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의식은 있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고 산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환자들에게도 죽음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인구는 10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윌리엄 교수는 100년 전으로 돌아가 인구를 그때 수준(20억 명)으로 맞추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현상, 언덕의 황폐화, 계곡 오염, 과다한 어획이나 과다 방목 문제가 해결되고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30년 동안 유럽, 일본, 북미의 전체 출산율이 급격하게 저하되었으며 현재는 인구 보충 수준[총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생률]인 2.1명보다 낮은 상태다. 국가들은 이런 상황을 재난으로 본다. 이유는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연령대의 사람 수가 줄어들면 점점 늘어나는 은퇴한 사람들을 부양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의 인구는 11억이다. 인도 정부는 20년 동안 인구조절 정책을 포기했고 인구는 매년 2퍼센트씩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는 정부에서 실시한 정책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거의 강제적이다시피 한 조치로 인해 중국의 인구 증가율은 느려졌다. 2030년에는 15억 명에서 정점을 찍고 그 이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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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슬람 국가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인구 조절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50년 후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이며 2050년에는 3억4000명에 이를 것이다. 석유가 풍부한 나이지리아는 최근의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봐왔지만 자급 농업이 증가하는 인구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윌리엄 교수는 이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인구를 줄이는 것을 지도자들이 확실하게 인식한다 가정해도 정책을 실천해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수 세기 동안 내려온 전통에 반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들고 나갈 수 있는 정치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료: Life as it is. 저자, Willam F. Loomis

이상미 기자 lsm@futur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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