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미래의 기계②] 빅뱅파괴 기술과 인간 역할의 변화

2019-09-29 18:00:00

[퓨처이코노미 김태동 기자] 인간의 노동을 자동화하는 기술들은 산업혁명 이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생산성 높은 로봇을 도입하고 싶어 한다. 로봇은 인간처럼 복지 수준과 급여를 높여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파업하지도 쉬지도 않으며, 최고의 생산성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과거에는 대량생산을 위해 주로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기계를 활용해 신뢰성과 정확성, 연속성을 확보했다.

이미 인류는 산업혁명기에 방직기계의 발명으로 숙련공의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극단적으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경험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제2의 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기술발전에 따른 인간의 일자리 변화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반복 작업을 담당하는 블루컬러와 단순 지식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직, 관리직 등 일부 화이트 컬러 업무를 대체해 왔다. 하지만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독점하리라 생각했던 금융, 법률, 의료, 언론 분야 등 이른바 전문직 업무까지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본격적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차 등은 기존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넘는 빅뱅 파괴(Big Bang Disruption) 기술로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인간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center
이미 인류는 산업혁명기에 방직기계의 발명으로 숙련공의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극단적으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경험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제2의 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기술발전에 따른 인간의 일자리 변화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진=pixabay

혁신이론을 이용한 산업변화 예측(Seeing What’s Next : Using Theories of Innovation to Predict Industry Change)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은 혁신의 경로를 크게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먼저 존속적 혁신은 시장에 더욱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기술혁신을 통해 현재의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만족시켜가는 과정으로 비즈니스 시스템과 기능, 서비스 등을 보다 더 사용자에게 가치 있는 방향으로 발전 혹은 개선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면 더 멀리까지 운행이 가능한 항공기, 속도가 더 빠른 컴퓨터, 충전 후 사용시간이 긴 휴대폰 등이 해당된다.

파괴적 혁신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초기에 간단한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시장의 기반에 뿌리를 내려 끈질기게 시장을 잠식해 결국에는 기존의 경쟁자를 물리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즉, 존속적 혁신과는 다르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재편하는 등 시장에서의 새로운 혁신적 가치를 만드는 것으로, 저가형 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과 새로운 시장의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가형 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은 기존 고객이 사용하는 실제 가치에 비해서 과도한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책정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은 현재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비소비자를 타깃으로 혁신적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나 높은 비용이 필요했던 제품과 서비스들을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성장을 창출한다.

최근 각종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과 높은 성능으로 제공해 시장을 파괴하는 파괴적 혁신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저서인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혁신이 존속적 혁신에서 파괴적 혁신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과학기술과 산업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center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 자료: Clayton M. Christensen, The Innovator’s Dilemma, The Revolutionary Book that Will Change the Way Your Do Business, Harper Business Essentials, 2002.

그러나 최근에는 파괴적 혁신에서 더 나아가 빅뱅 파괴 혁신(Big Bang Disruption)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빅뱅 파괴자들의 혁신 전략(Big Bang Disruption:Strategy in the Age of Devastating Innovation) 저자인 엑센추어(Accenture)의 래리 다운즈(Larry Downes)와 폴 누네스(Paul Nunes)는 빅뱅파괴 혁신을 스마트 디바이스의 출현 이후 등장한 혁신의 유형으로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단시간 내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기존의 시장을 완전히 대체해 버리는 새로운 형태의 혁신으로 정의했다. 점차 빨라지는 기술 발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오픈소스와 공유 문화는 파괴적 혁신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동시에 기존 시장을 신속하게 대체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빅뱅파괴가 특이점(Singularity), 팽창과 폭발(Explosion & Expansion), 대붕괴(Big Crunch),무질서(Entropy)의 4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친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되어 새로운 빅뱅 아이템이 출현하고(특이점), 제품화되어 산업 전반과 전 사용자들에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팽창과 폭발), 기존 제품과 시장을 붕괴시키고 해당 산업 분야의 기업들을 재편하면서(대붕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공급사슬을 변화시키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서가 정착되지 않아 혼란을 겪는 상황(무질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출현으로 사라진 필름과 필름카메라, MP3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인한 카세트테이프, CD플레이어 시장의 붕괴가 그 대표적인 예로 MP3로 시작한 디지털 음원 서비스는 이미 2014년을 기점으로 기존 음반시장 점유율을 넘어섰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시작된 휴대폰 업체들의 재편과 대표적인 라이드셰어링 서비스업체인 우버도 빅뱅파괴를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다.

2009년 출범한 우버의 기업가치는 2018년 135조를 넘어 미국 자동차 업체 빅3(GM, 포드, 피아크 크라이슬러)의 기업가치를 합한 것보다 높아졌으며, 미국의 일부 택시회사의 폐업이 시작될 정도로 기존 시장의 파괴적 혁신이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로보택시 공유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이드셰어링이 택시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듯이, 로보택시는 택시뿐만 아니라 라이드셰어링 산업까지 연속적으로 파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center
자료 : Larry Downe & Paul Nunes, Big Bang Disruption : Strategy in the Age of Devastating Innovation, Penguin Group, New York, 2014. 7.

드론, 로봇, 인공지능 등의 기술들이 빅뱅 파괴 기술에 속한다. 이들은 단순히 시장에서 기존 기술들의 대체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인간 일자리와 직업의 변화, 그리고 인간노동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빅뱅파괴 혁신은 짧은 시간 내에 상당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 전략으로 급진적인 시장의 지배를 원하는 기업과 CEO에게는 유용하다. 그러나 같은 분야에 빅뱅 파괴 혁신을 준비하는 후발주자들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이들을 대비하기 위한 대비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기술경쟁,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 등으로 관련 기술들의 글로벌 시장 출시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인간의 직업과 일하는 방식 변화 대한 우려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에 대해 우리가 인지해야 할 현실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완전 자동화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 자동화 수준은 크게 6단계로 나눌 수 있다.

0수준(No Automation)은 수동 단계로 운전자가 주변상황 모니터링, 판단, 차량 조작까지 모든 기능을 수행하며 시스템의 개입은 전혀 없다.

1수준은 운전자 보조(Driver Assistance) 단계로 인간 운전자가 모든 기능을 수행하지만 일부 특정 상황에서 시스템이 차량의 조향, 가속, 감속 등을 담당한다.

2수준은 부분자율주행(Partial Automation)으로 조향, 가속, 감속은 시스템이 담당하며, 운전자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항상 주행 상황의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3수준은 2수준 기능들 뿐만 아니라 주변환경 모니터링을 시스템이 담당하는 조건부 자동화(Conditional Automation) 단계로 운전자가 항상 주행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운전자는 자동차를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야 한다.

4수준은 고도화된 자동주행(Highly Automated) 단계로 고속도로 등 특정 환경에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마지막 5수준은 완전자동화(Full Automation) 단계로 운전을 위한 모든 기능을 시스템이 수행하는 단계다. 운전자 역할 관점에서는 3단계로도 구분할 수도 있다. 자동차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0수준은 인간이 이동을 위해 모든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1~2수준은 인간이 자동차 조작을 위한 손과 발의 조작이 필요없는 상태(Hands/Feet-Free), 3~4 수준은 시각정보를 통해 주변 상황을 항상 모니터링 할 필요가 없는 상태(Eye-Free), 5 수준은 운전을 위해 인간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Mind-Free)로 자동차를 운전하던 인간의 역할은 점차 탑승자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운전이라는 인간의 노동뿐만 아니라, 인지, 판단과 예측기능을 수행하는 등 안전한 운전을 위한 인간의 모든 기능을 담당한다. 당연히 운전면허 자체가 필요 없고,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보험, 부품, 물류, 정비, 휴게소 등 후방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enter
자율주행기술 발전 단계. 자료: Driving Automation Definition,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2014. 1.

과거 기계는 3D(Dangerous, Dirty, Difficult) 업무를 인간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담당했고, 인간은 4I(Intelligent, Important, Interesting, Instict) 영역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붕괴되고 있는 이른바 빅 블러(Big Blur) 시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는 로봇의 보급이 빨라지고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그동안 인간이 기계들과 상호작용하던 공간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Human-Machine Interface System)에서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에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위한 모든 것이 기계 혹은 로봇 내에서 수행되었다면, 이제는 클라우드 등으로 연결된 사이버 세상에서 인공지능이 서식하고 인간과의 인터페이스 매체로 로봇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로봇은 각종 정보단말과 센서 등 사물인터넷 디바이스들도 포함할 수 있다.

center
인간-기계 시스템과 사이버-물리 시스템 비교, 자료 : 차두원,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관계, 2018 4차 산업혁명 로드쇼 발표자료, 2018. 1.

예를 들어 우리가 기존에 사용했던 기계들은 대부분 모든 소프트웨어가 본체에 탑재되어 있으며, 하드웨어 조작기와 디스플레이를 통해 인간과 상호작용을 했다. 그러나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러한 상호작용 공간의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면, 기존 자동차는 각종 센서로부터 차량상태와 운전자 조작에 따라 차량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ECU)와 내비게이션 메모리에 저장된 도로지도 정보를 활용하고 길을 안내했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CD와 USB 메모리에 저장된 곡들만 재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커넥티드카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을 자동차에 등장시켰다. 인터넷, 모바일 디바이스, 운전자와 연결된 자동차가 커넥티드카다.

단순히 자동차란 시스템에 저장된 기능과 데이터만 사용하지 않는다. 자동차 제어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도 하고 시트나 실내 환경 등을 운전자에게 맞게 자동으로 세팅하고, 실시간 지도와 교통정보 업데이트, 음악과 영상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인터넷, 클라우드와 연결해 사이버 세상과 실제 물리 세상을 연결해 준다.

최근 자동차가 이동봇, 자율주행 공유자동차를 로보택시 등으로 부르는 이유다.

경영자와 노동자 개인 모두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경영자 입장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은 매우 매력적이다. 인간처럼 심리적 변화도 없고, 동료 혹은 상사와의 갈등도 없다. 일정한 생산성을 유지하며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급여 인상과 복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근로시간 제한도 없고, 재교육과 복지도 필요가 없다. 노조를 결성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작업이 요구된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교체 혹은 업그레이드만으로 성능과 기능을 확장하면 된다. 리싱크로보틱스에서 개발한 산업용 로봇 백스터(Baxter)의 가격은 2만 5000달러(약 2900만원)로 시간 당 운영비용은 4.32달러(약 4,660원) 밖에 되지 않는다. 4.32 달러는 미국 연방정부 최저 시급인 7.25달러(약 7,820원)의 60% 수준 임금으로 전일제 노동자를 평생 고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로봇 투자 회수기간도 2008년 11.8년에서 2015년 1.7년으로 7년 사이 무려 10년 이상 단축되었으며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동 기자 ktd@futureconomy.co.kr
<Copyright ⓒ Future Economy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장취재

  •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R&D-표준 연계방안 모색

  • 2019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

  • 2019 대한민국 드론박람회

미래 기술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