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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북리뷰] 포스트바디, 레고인간이 온다

2019-09-30 14:33:00

[퓨처이코노미 김태동 기자] 지난 2017년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는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술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 문제는 포스트바디 시대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윤리적·철학적 쟁점을 이끌어낸다.

몸과 마음의 관계. 몸과 테크놀로지의 관계. 특히 자유주의 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심신 관계 이론에 커다란 도전 과제를 던진다. 그 논의의 중심에 ‘인격 동일성(person identity)’의 문제가 있다.

당신의 머리와 타인의 몸통 또는 당신의 몸통과 타인의 머리가 이식 수술로 결합하게 될 때, 그 각각의 경우에 살아남은 생존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 생존한 신체는 누구라고 불러야 하는가.
당신인가 아니면 타인인가.
머리 쪽이 생존자인가. 몸 쪽이 생존자인가. 아니면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인가. 혹은 그 누구도 아닌 제삼자인가.
우리는 이에 대해 원리적으로 하나의 3인칭적인 객관적인 답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머리 이식 수술은 곁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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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늙고 병들면 AS를 받거나 교체할 수 있는 시대. 이른바 ‘포스트바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pixabay

영화 속 아이언맨이 입은, 총에 맞아도 끄떡없는 강철 슈트를 내 몸의 피부로 이식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치아 임플란트하듯 전자칩을 심거나 두뇌를 교체해 아인슈타인처럼 천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상상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가전제품이 낡으면 AS를 받거나 새 모델로 업그레이드 할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마치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지만, 머지않아 인류가 마주하게 될 현실일 수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주인의 말과 표정에 반응하는 인공지능(AI) 반려로봇마저 등장했다고 하니, 로봇과 결혼도 더 이상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몸도 늙고 병들면 AS를 받거나 교체할 수 있는 시대. 이른바 ‘포스트바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몸이 그저 주어진 고정불변의 것이라는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몸’을 새롭게 규정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쟁점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두뇌 임플란트 기술 등 인류에 새롭게 등장한 과학 기술을 살피고 노화와 죽음을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욕망의 이면을 파헤쳐야 할 때이다. 포스트바디 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법적 문제를 살펴야 한다.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부터의 해방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페미니스트들의 오랜 고민이었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인공자궁과 맞춤 아기 시술이 개발됨으로써 과연 여성의 본질로 간주되었던 모성은 어떻게 변화되고 규정되어야 할지에 대한 논쟁도 필요하다.

로봇과의 연애와 사랑을 가정해 미래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포스트바디 시대에 나타나는 사회적·법적 문제를 살피기도 하고, 로봇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포스트바디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이고 그 경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포스트바디 시대,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내 몸을 언제든 교체할 수만 있다면 인류가 탄생한 이래 고민을 거듭해왔던 ‘생로병사’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만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꿈만 같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포스트바디 시대가 오면 우리 앞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까.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은 삶의 유한성 때문이다. 그러나 영원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면, 더 이상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상실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사는 게 무료해지지는 않을까.
역설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강화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몸을 AS할 비용이 없어 질병에 시달리다가 죽고, 부자들은 늘 젊고 건강한 육체를 가진 채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내 몸의 주인은 누구일까.

자료:포스트바디 레고인간이 온다. 저자, 몸문화연구소

김태동 기자 ktd@futur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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